2009. 3. 30. 18:53

[] 정명훈, 음악계의 황우석

 정명훈의 발언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국립 오페라 합창단의 부당 해고 이후로 진보신당 당원들은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고, 프랑스 예술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지휘자 정명훈의 지지 발언을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지지와 연대의 발언은 커녕, 자신을 찾아간 사람들에게 폭언과 인격적 모독을 퍼부었다. 특히 한국인 전체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천박한 생각을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그가 내 쏟은 말을 통해 우리가 그를 보는 시선이 얼마나 허울 좋은 가면에 가려져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가 그토록 한국에서 성공하여 그 정도 위치에 올라갈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의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음악성과 실력 외에도, 한국인들이 그에게 가져 준 커다란 애정과 관심 덕분이었던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난 그의 한국인에 대한 생각은 그를 사랑해준 한국인 팬들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매도하고 부정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그가 한국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어떤 생각으로 지휘봉을 휘둘렀을까. 관객들을 감동시키려는 생각보다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 자체가 천한 것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거라고 생각하며 짐짓 등 뒤 관객들은 알 수 없을 비릿한 웃음을 짓지는 않았을까.

 

정명훈과 파리 당원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기사화된 그 이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놀라운 일들이 곧이어 벌어졌다. 바로 국립 오페라 합창단이 그들에게 지지를 표했던 음악계 인사들의 지지 철회 표명과 협박을 받았다는 일이다. 오페라와 별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일반인들도 무려 일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합창단을 위해 서명을 하고 지지를 했는데, 음악가들은 단지 정명훈이 역정을 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분명 그들도 자신의 소신에 따라서 지지한걸 텐데, 그들이 처신하는 걸 보니 한국에서 정명훈의 입김이 세긴 센 가보다. 한국 음악계와 음악가들을 위해서 꼭 해야 하만 하는 일을 했으면서도 그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는 비겁한 이유 하나만으로 자기 입장을 철회하고 소신을 접는 게 과연 예술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할 일인가 싶다. 정말로 예술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기보다는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설설 기며 자리 보전을 하는데 급급한 한국 음악계의 현실이 이번 일을 통해 버젓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음악계의 황우석, 정명훈

 사실 진즉 밝혀졌어야 함에도 그가 한국에서 가진 힘과 위치 때문에 지금까지 쉬쉬해 왔던 일들이 많다. 특히 그게 돈과 관련된 일일 때는 더욱 그래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을 꺼냈을 때에는, 세종문화회관 노조원에게 그랬듯이 그의 형인 정명근이 운영하는 CMI라는 기획사를 통해 철저히 짓밟고 매장해왔다. 그 기획사는 인터넷 여론 뿐 만 아니라, 인천시가 추진 중인 인천 아트 센터 (IAC) 건립까지 좌지우지 하고 있다. 인천시가 시민들과 가진 공청회에서 인천시 측은 세계적인 음악가 정명훈 씨를 끌어들일 수단이 그의 형이 운영하는 CMI였고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업무협약, 법률검토, 모니터링 체계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인천시 측 발언에서도 드러났듯이, 단지 정명훈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어떠한 전문성도, 사업 추진 능력도 보장되지 않는 업체가 1조여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총책임을 맡은 것이다. 그 회사의 대표인 정명훈의 형 정명근은 이미 2001년도에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정명훈 초청 공연을 대행하는 과정에서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전북 도의회와 시민행동 21이 전주 지검에 고발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도의회가 고발한 지 두 달이 넘도록 CMI 관계자 등 피고발인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후 정명근씨가 처벌받았다는 기사 한 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데 인천시에서 시행하는 아트 센터 조성 사업이 제대로 시행이나 되겠는가. 특히나 자금 횡령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막대한 예산을 운용할 권리를 주었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다름이 없는 것 아닌가. 그것도 보통 돈이 아니라, 시민들의 혈세를 모아 만든 돈인데 말이다. 전주에서의 일이 검찰에 고발까지 되었는데도 유야무야 처리된 사례를 볼 때, 인천시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지금도 그 1조 원에 가까운 돈이 어디로 새어나가고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문제는 더 이상 정명훈의 음악을 듣고 말고 하는 개인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한국에서 갖고 있는 예술가적 명성과 권력이 어떻게 한국을 장악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한국 국민들이 얼마나 우롱당하고 있으며, 혈세까지 갖다 바치고 있는지가 문제이다. 게다가 한국인으로 인해 성공했으면서도, 한국에 대해서 어떠한 자부심도 애정도 없는 그에게 그런 엄청난 국가적 지원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굳이 아프리카까지 가지 않아도 어려운 이웃들을 우리 나라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고, 그들을 위한 예산은 한참이나 모자란 실정인데 말이다. 정치계의 높으신 분들과 결탁하고, 국민들의 혈세에서 나오는 큰 돈을 받아 개인의 욕심을 채우고, 그를 거역하기 두려워 같은 분야의 사람들이 그저 눈치만 보고, 자신이 가진 명성을 권력으로 치환하고, 자신의 휘하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손에 쥐고 제멋대로 휘두르는 모습이 누군가와 흡사하지 않은가. 바로 황우석 말이다.

 

정명훈 쟁탈전, 그 제 2라운드의 시작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할 당시에 정명훈을 서울시향 지휘자로 데려오면서 내건 조건이 전용 콘서트장 건립이었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다. 최근에 서울시가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를 2년 뒤에 완공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선 것은 앞으로 계속될 정명훈 쟁탈전의 선전포고와 다르지 않다. 애초에 정명훈을 유혹하기 위한 미끼로 구상되었던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설이 구체화되면 서울시와 인천시가 서로 정명훈을 붙잡기 위해서 벌일 일이 불 보듯 뻔하다. 그 쟁탈전에서 이기기 위해 두 도시가 서로 뿌려댈 돈은 서울시민과 인천시민의 호주머니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민들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공연의 비싼 표 값을 감당하기에 버거운 보통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과연 그의 명성에 기대기 위해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가며 그를 붙잡고 건물을 짓는 것이 정말로 시민들의 문화 향유와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그저 지자체의 높으신 분들이 추구하는 전시식 행정과 자기 만족만을 부추기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