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 18:27

[] 지난 주말 상경기

금요일 저녁, @preney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에반게리온 서-파 연속 상영을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보기 위해 서울행 버스에 훌쩍 몸을 실었다. 일단 애니 감상은 다음 글로 쓸 예정. 밤 늦게 서울에 발품 판 게 전혀 아깝지 않았던 에바 신극장판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어느 덧 시간은 새벽 3시 반. 나가서 길도 잘 모르는데 찬바람 맞으며 선릉까지 걸어가기는 좀 그렇고, 택시타기도 좀 그래서 코엑스 지하 피씨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 간만에 와우에 접속해서 길원들이랑 수다도 떨고, 보요를 무려 3트만에 클리어하는 위업 달성. -_-;;

그렇게 놀다 보니 어느 새 지하철 첫 차 시간을 넘어 새벽 6시 반. 컴터를 정리하고 피방을 떠나 지하철을 타고 선릉역으로 이동했다. 그 전에 인터넷에서 근처 찜질방 정보를 검색해두고.

선릉역 1번 출구로 나와 찜질방 안내판이 달린 트럭을 보고 골목을 돌아다니는데, 도통 길을 모르겠더라. 그 때 시간 오전 7시를 넘긴 시간이라 밤을 꼬박 샜으니 졸려서 머리는 아파오고, 날씨는 습해서 땀은 나고, 짐은 무겁고, 힐 신은 발은 아프고 힘들던 그때.

내 옆을 지나던 차가 멈추더니 차창을 내리고 40대 초반 정도의 남성이 말을 걸었다.
"아가씨, 학생이에요, 일하는 사람이에요? 이 시간까지 일했어요?"
대사만 보면 가련한 처지에 놓인 처자를 도와주려는 사람으로도 보일 수 있는데, 직접 듣는 사람 입장에선 그게 아니었다.

"내가 너랑 한 번 하려면 얼마면 되냐?"
이런 뉘앙스.
순간 내가 말 한 마디 잘못 섞었다간 꼼짝없이 저 사람한테 끌려가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에요, 무슨 상관이에요."
이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큰길로 나갔다. 다행히 차를 돌려서 쫓아오거나 그러진 않았고.

굉장히 불쾌한 경험이었다. 언제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양 말하는 그 태도가 너무나 무례하고 불쾌했다.

어찌저찌 찜질방을 찾아 들어가서 불쾌한 기분을 씻어내리고 잠을 청했다.

좀 쉬고 나서 맞은 토요일 오후. 칼라 티비 후원행사로 향했다. 용현님의 칠리 새우가 정말 환상. 바리스 까페 회장님의 핸드드립은 역시 초특급. 정말 행복할 뻔 했는데, 커피 사러 와서 나이 몇 살이냐 물으며 찌질한 작업 거는 새퀴 때문에 또 한 번 기분이 와장창. -_-

@ophellia99님 댁에서 그날 저녁 묵고, 일요일에는 친한 선배 혼인식 때문에 강남으로. 식 끝나고 밥 먹은 후 예식장 앞에서 식후땡 하다가 새신랑이 로비에 보이길래 담배 끄고 안에 들어가 인사한 다음 다시 나왔는데, 이런. 조금만 늦게 나와드릴걸.

앞에서 담배피우던 아저씨 한 분이 "째깐한 년이 요 앞에서 담배 쪽쪽 빨고 있다가 안에 들어가더라."라는 말을 하는 걸 들어버렸다. 모름지기 뒷담화는 상대가 못 들어야 뒷담화인데, 내가 들어버려서 성립이 안되었으니 어찌하랴. 내가 장희 오빠 우산을 집어드는 그 순간, 다른 아저씨가 "왔어, 왔어." 하는 것까지 들어드려버렸으니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무심코 앞담화 해버린 아저씨들을 향해 썩소 한 번 날려주고 간만에 만난 용선 오빠랑 장희 오빠랑 커피 마시러 유유히 사라져줬다. 오죽 후진 곳에서 오셨으면 담배 피는 여성 한 번 못 봐서 그렇게 신기한 듯 뒷담화를 하셨는지 눈물이 다 날 지경.

어쨌든 이번 주말 상경기는 사실 간만에 반가운 사람들 보고, 재밌는 영화 봐서 즐거운 주말~로 한 줄 요약이 될 뻔 했는데, 태클을 걸어주신 세 남성분 때문에 처참해졌다.

아. 정말. 이런 일 한 번씩만 겪어도 여성으로 살 맛 안나는데, 3단 콤보로 겪으니 뭐, 이제 그러려니 해야되는 건가. 그냥 무시해버릴 내공이 아직 안되어서 말이지. 하여간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씀.

서울 상경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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