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1. 14:47

[] 주말 행적

0. 프롤로그

- 목: '염쟁이 유씨' 관람 (트윗나눔 초대 관객은 관객과의 대화 참여 +_+)
- 금: 여성후보간담회, 여성당원 송년회 (홍대 근처 아름다운 재단)
       싱글당 송년모임 (강남역)
- 토: 조조영화관람 (아바타 - 용산 CGV)
       성은-민 혼인식 참석 (축하해요~!! - 용산 국군중앙교회)
       영화뒷풀이(?) (용산원조감자탕)
       소낙 멤버 회동 (광화문)
- 일: 하루종일 딩굴딩굴

여전히 일정이 가득가득 찬 주말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웠던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서울 이곳저곳을 쏘다니고 다녔네요. 그것도 토요일에는 겨울용 스타킹도 아닌 사계절용 스타킹을 신은 채 치마를 입고 말이죠. (ㅠㅠ 돌아다니다가 두꺼운 거 보면 사서 신을랬는데 잘 없을뿐더러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엉엉.)

1. 연극 '염쟁이 유씨'

트윗 나눔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염쟁이 유씨 초대 관람에 @krypts씨가 당첨이 되서, 같이 보게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일 마치고 시간 빠듯하게 서울 올라가느라 좀 힘들었지만, 차마 혼자 혹은 다른 사람이랑 보러가라고 할 순 없더라구요. 사실, 심층 인터뷰가 잡혀 있어서 엄청나게 갈등을 했는데, 결국 선택은 이 쪽이었고,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간만에 본 연극은 무척 감명깊었습니다. 역시 연극은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이죠. 관객들과의 연극식 약속과 상상력을 버무린 무대를 바라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때론 아주 솔직하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는 걸 연극은 잘 가르쳐 줍니다. 상상의 여지를 남겨주는 것. 그게 바로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극 중에 나오는 염습 장면을 보며 울고 말았습니다. 4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 장례 때 생각이 나서요.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날 발인하기 전 염할 때, 외가 가족들을 모두 불러들여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날 기어코 무너져버린 엄마를 부축하느라 미처 할머니 가시는 마지막 얼굴을 못 보고 말았지요. 그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더랍니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생전에 저를 살갑게 예뻐해주신 적은 별로 없어서, 내가 슬픈 게 아니라 엄마가 우니까 슬프다는 느낌이었는데, 실은 저도 슬펐다는 걸 연극을 보며 깨달았죠. 이래저래 깨우친 게 많은 연극 관람이었습니다.

그나저나 @krypts씨가 극 중 이벤트에 당첨되어 또 연극표가 생겼네요. =_= 덕분에 문화생활로 연말을 채우고 있습니다. =)

2. 진보신당 여성후보간담회 & 여성당원 송년회 + 싱글당 송년모임

여성후보간담회와 송년회에서는 제가 아직 내년을 위한 준비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도록 해주었구요, 싱글당 송년회에서 드디어 당주님의 존안을 뵙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

3. 아바타 관람 & 성은 - 민 혼인

다음날 봤던 아바타는 무척이나 저를 착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가뜩이나 연극을 보며 올 초 용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영화에서 원주민들이 살던 곳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버리고 불태워버리던 그 모습에서 다시 그 일이 겹쳐져 내내 괴로웠습니다. 그 다다음 일정 때문에 버스 타러 간 정류장 바로 앞이 용산 참사가 일어난 건물이어서 더더욱 마음이 무너져 내렸구요. 영화를 보며 내내 불편했던 건, 사실 저들이 저렇게 개발을 하려 하는 배후에는 좀 더 편하고 안락하기 위해 소비하고 또 소비하는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속 프레임에는 개발사와 주주들만이 비추어지지만요. 사실 그 회사를 먹여살리는 건 프레임 밖에 존재하는 수많은 보통 소비자들이죠.) 아무래도 헐리웃 영화는 보기 힘듭니다. 자본주의가 불러올 수 밖에 없는 제국주의 행태와 식민주의 사고, 미국 영화 특유의 싸구려 휴머니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적/아를 명확히 구분해서 적을 쳐부수고야 마는 이분법, 그리고 영웅주의. 게다가 아바타에는 묘하게 기독교 근본주의를 버무려 놨더군요. 가뜩이나 3D 영화라 편광 안경 때문에 눈이 빠질 듯 아파 힘들었는데, 잠이 덜 깨 몽롱한 상태에서 정신 오염(!)을 막아내느라 더욱 힘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각종 SF물과 환타지물, 신화들과 3D 게임들을 섭렵한 저에게 아바타는 더 이상 신선할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짜집기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토리도 유치/조악하고, 3D 영상들도 어디선가 봤던 것을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았어요.)

영화가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마구 뛰어 성은이 혼인식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러 오셨더군요. 간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반가웠습니다. 학부 졸업 이후 처음 보는 친구들도 있었죠. 신부 입장 직전에 도착한지라, 너무나 아름다웠던 우리 성은씨와 단 둘이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안타까웠습니다. 사진 찍어주겠다고 @krypts씨가 애써 DSLR까지 챙겨왔는데 말이죠. 그래도 하객 단체 사진 찍을 때 성은씨 옆에 꼬옥 붙어서 사진 찍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부디 민이와 오래오래 행복하길!

영화 본 멤버들에 추가 멤버가 생겨서 감자탕집에 있다길래 잠시 들렀습니다. 따뜻한 방바닥에 거의 늘어붙게 되더군요. 거기서 조금 노닥노닥 거리다가 저는 광화문으로, 나머지 멤버들은 명동의 모 까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광화문에 가기 위해 갔던 버스 정류장. 그 곳 바로 앞이 용산 참사 현장이더군요. 연초에 구술록 작업까지 한 주제에, 용산 참사 현장을 제 눈으로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여러가지로..마음이 아팠습니다.

4. 소낙 멤버 회동

버스를 타고 서울신문사 앞에서 내려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습니다. 걷는 중 보게 된 광화문 광장. 눈으로 직접 보니 오세훈 시장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광장도 뭣도 아닌 걸 광장이라고 부르다니. 엄청난 인지부조화 현상이지요. 치료를 요하는 지경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소연 언니와 지원이를 만나고, 경복궁 역에 도착한 상희 언니를 픽업해서 효자동의 mk2(맞나)라는 까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역시 제 연애 얘기와 더불어 각자 진로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웠지요. 그리고나서 광화문을 지나 서울지방경찰청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파스타 가게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사 후 상희 언니는 곧 결혼할 애인을 만나러, 저와 소연 언니, 지원이는 광화문 스펀지엘 갔습니다. 그 곳에서 언니와 지원이는 '남극의 쉐프' 표를 끊고, 맘에 드는 필름 컷 책갈피를 고르고, 저를 배웅해줬습니다. 언제 만나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친구들. 사실 대학원 기수로 따지면 후배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이에 기수나 나이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 이들과 함께했던 대학원에서의 시간은, 힘든 나날들 중에 한 줌 온기를 가져다주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두들 행복하길-.

5. 에필로그

하드코어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기진맥진해 있었지만, 간만에 픽사의 '업'을 다시 보며, 점심엔 따뜻한 칼국수를 먹으며, 여유로운 휴일을 만끽했습니다. 10월 이후로 사실 제대로 쉬어본 주말이 없었거든요. 일요일 하루라도 푹 쉬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여유로운 월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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