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9. 22:11

[] 김혜수가 부르는 모던보이 삽입곡들

하아. 보고 싶었는데, 이 글 읽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소 김혜수 ㅠㅠ

원본 기사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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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김혜수가 소개하는 영화 ‘모던보이’ 속 노래

출연을 확정 짓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충무로 모처의 녹음실에서 정지우 감독님과 이재진 음악감독님과의 미팅이 잡혔다. 평소에 즐겨 부르는 노래를 편하게 불러봐 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나미의 [슬픈 인연]을 불러드렸다. 내 노래를 유심히 들으신 두 분은 가창력 중심의 내지르는 창법 노래보다 감성을 담아 부르는 노래가 조난실 캐릭터와 배우 김혜수에게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셨다. 

그런 기준으로 선곡 작업이 시작되었다. 지금 소개하는 곡들은 그렇게 내게 맞춰진, 그러니까 내가 부르기도 쉽고 잘 부를 수 있는 곡이라고 골라주신 곡들이다. 그렇지만, 소화하기에 결코 만만한 곡들은 아니었다.^^


* text_김혜수 / 구성_네이버영화
김혜수가 소개하는 영화 ‘모던보이’ 속 노래

1. 색채의 블루스 SHIKISAI NO BLUES 

작사 Yoshie Nakano 작곡 Masaki Mori Yoshie Nakano 노래 김혜수 
Published by HIP LAND MUSIC CORPORATION INC. 



↑ "이 뮤직비디오는 정지우 감독이 네이버 영화 커버스토리를 위해 특별 편집한 '조난실 외전 영상'입니다" 

영화 속에서, 모던보이 이해명이 ‘로라’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등장한 조난실에게 ‘인생을 걸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에 조난실이 부르고 있는 노래이다. 2000년대 초반에 발표된 일본 뮤지션 에고 레핑 Ego-Wrappin의 음반 [미드나잇 데자뷰 Midnight Dejave]에 수록된 곡이다. 원래 작곡자가 의도적으로 ‘1930년대의 카바레’ 음악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서 만든 곡이라고 들었다. 영화를 위해 이재진 음악감독이 편곡했다.


4곡의 노래들 중에서 가장 먼저 연습에 들어갔던 노래다. 재즈풍의 노래라 재스 가수 웅산 씨가 지도를 맡아주었고, 발성연습 지도부터 시작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가사가 긴 편인 데다가 일본어고, 멜로디도 어려워서, 연습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했고 녹음시간도 가장 길게 필요했던 노래이다. 녹음할 때에는 우리 영화에 일본어지도 스탭으로 참여하신 선생님이 녹음실에 오셔서 일본어 발음을 체크해주셨다. 음과 박자를 맞추면서, 감정도 잘 잡고, 발음까지 신경 쓰면서... 어쨌든 결국 OK를 받아냈다.




2. Why don't you do right! 

작사 Joe McCoy 작곡 Joe McCoy 편곡 이재진 노래 김혜수 



이 곡은 Why don't you do right!이다. 후렴구로 반복되는 가사가 Why don't you do right, like some other men do?인데, 해석하면 다른 남자들이 하는 것처럼, 넌 왜 그렇게 하지 않니?쯤 된다. “넌 왜 그렇게 사니?”에 가까운 뉘앙스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카페 아틀란티스에서 난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교를 부리는 해명에게 들려주는 곡으로 선정되었다. 이 곡이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즐거운 인생만을 철없는 청년 이해명을 한심하게 여기는 동시에 밝고 귀여운 그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하는 난실의 이중적인 마음을 표현해주는 면이 있어서, 난실이 부른 버전도 만들어두기로 했다.


이 노래는 1936년 미국에서 만들어져 히트한 재즈곡이다. 서구의 유행이 실시간으로 유입되었던 당시 경성의 카페 음악으로 안성맞춤이어서 선택되었다. 이제까지 발표된 여러 버전 중에 개인적으로 시드니 오코너가 부른 감칠 맛나는 버전을 제일 좋아한다. 작품을 통해 원래 좋아하던 노래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되어 몹시 반가웠다. 불렀던 곡 중 가장 쉽고 빠르게 녹음을 마칠 수 있었던 고마운 곡이기도 하다.





3. 개여울 (한국어버전, 일본어버전) 

작시 김소월 작곡 이희목 편곡 이재진 노래 김혜수 

이 영화에서 부른 노래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뭐니뭐니해도 ‘개여울’이다. 난실이 일본가수를 대신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고, 해명과 난실의 멜러적 라인과 닿아 있는 곡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중요하고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곡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횟수도 가장 많다. 영화 속에서 일본어로, 한국말로 각각 달리 사용되기 때문에 녹음도 일본어 버전과 한국어버전으로 각각 따로 했다.


<모던보이>의 영화 음악 선택에는 대원칙이 있었는데, 1930년대 당시 음악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1930년대와 어떤 형태로든 연결고리가 있는 곡만을 채택한다는 것이었다. 색채의 블루스는 곡의 구성 자체가 1930년대적이어서 채택된 경우였고, 개여울은 그 가사가 1930년대에 김소월 시인이 지은 시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선택될 수 있었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서정성이 강한 가사와 선율이 참 아름답다. 김소월 시인의 고유한 감성이 가득한 시에 이희목 선생이 곡을 붙인 이 곡은 1972년 정미조, 2005년에 심수봉, 2006년에 적우 등 많은 가수들에 의해 서로 다른 개성으로 수차례 리메이크되었다. 특히 정미조의 개여울은 당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당시의 젊은 시절을 보냈던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명곡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우리 영화에서 이 곡은 아주 인상적으로 사용된다.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간단하게만 설명드린다. 일본어버전은 일본 최고 인기여가수의 히트곡이자 일본인들에게 ‘국민가요’ 같은 노래로 등장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일본여가수는 입만 벙끗거리는 것이고 그녀의 뒤에 숨어서 직접 부르는 사람은 조선인 조난실인 설정이다. 

조선 서정시인의 명시와 조선의 목소리가 모두 일본의 것처럼 왜곡되 사용된, 시대적 아이러니를 품고 있는 셈이다. 한국어버전은 영화의 엔드크레딧이 올라갈 때 풀버전으로 들으실 수 있다.





연습기간 동안 매일매일 했던 생각은 “힘들지만 즐겁다”였다. 노래와 춤을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개인교습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배우라서 누르는 혜택이니까, 너무나 감사한 일 아닌가. 게다가 예전부터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정지우 감독과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좋은 작품에서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하게 된다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 차 있었기에 그 준비과정이 싫을래야 싫을 수 없었다. 

이 영화는 내게 특별한 영화다. 유난히 긴 시간 동안 많은 준비를 했고, 새로운 경험들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촬영했다. 영화도 원래의 바램대로 완성된 것 같다. 노래를 소개드리면서, 영화에 담긴 우리들의 마음도 여러분들과 잘 소통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