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4. 16:33

[] 해고 문자를 받았답니다.

4월 1일자로 국립 오페라 합창단은 해고 문자를 받았답니다.
단원들이 그토록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해보려고 애썼건만, 이런 식으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니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뽑을때는 100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불러일으켜가며 뽑았던 합창단을 이제는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해고해버립니다. 그렇다면 만들 때 변변한 규정 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만든 게 잘못 아닌가요? 그리고 규정에 없는 단체라고 해도, 꼭 필요하고 있어야 하는 단체이니 당연히 존재를 뒷받침해 줄 규정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는건데 말입니다.

국립 오페라 합창단 해체를 말하면서 이런 말을 했죠. 국립 합창단이 대신 하면 된다, 다른 합창단원들 불러모으면 된다. 그런데 당장 5월에 고양 아람누리 극장에서 공연해야 할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함께 공연할 합창단이 없어서 아직 연습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합창단마다 연락을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각 합창단마다 이미 1년 일정이 그 전년도 끝무렵에 결정이 나 있는데, 아무리 국립 오페라단의 부탁이라도 자신들의 일정을 비틀어가며 헌신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오페라를 위해 준비된 합창 인력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아, 딱 하나 있네요. 바로 국립 오페라 합창단이죠. 언제나 오페라의 일부로서 존재하던 그 합창단말입니다.

국립 오페라 합창단이 생긴 이래, 공연 횟수는 2001년 24회에서 2008년 54회로 늘어났습니다. 이 공연 횟수에는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서 공연하는 음악회 활동 횟수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립 오페라 합창단을 없애버리면 다시 2001년 수준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겠죠. 자기 스케줄 포기하고 비수도권 지역까지 오페라 공연하러 돌아다닐 합창단은 없을테니까요. 그것도 자신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보조로 대접받을 뿐인.

저도 지금까지 오페라 본 건 딱 한 번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어쩌다 생긴 초청권을 받아서 보게 되었죠. 제가 비록 오페라를 아주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도, 국립 오페라 합창단이 그런 식으로 하루 아침에 없어지는 사건에 가만히 있지는 못하겠습니다. 적어도 오페라 공연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단체이기도 하고, 성공한 몇몇 유명 음악인을 제외하면 딱히 취직할 곳 조차 없어 개인 레슨으로 겨우 먹고 사는 음악인들에게 있어 조금이나마 희망이 될 수 있는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조차 없어지면, 한국에서 그들이 '공식적으로' 설 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겠죠. 한 작품 끝나고 또 다른 작품 찾아서 헤매이면서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예술과 문화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참으로 의문입니다.

이 글을 얼마나 많은 분들께서 읽으실 지 알 수 없지만, 보시고 국립 오페라 합창단의 존속에 대해 생각해 보신분들은 다음을 참고해주세요.

국립오페라단 전화번호:  02 586 5281(단장실) 02 586 52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