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31. 19:16

[] B급 좌파 - 김규항

아무래도 요즘 붉은빛 도는 책들을 많이 읽게 된다. 사실 갑갑하기 그지 없는 학교 생활에서 지적 목마름과 정신적 굶주림을 채울 수 있는 일은 책읽는 일밖에 없기도 하지만.

어느 후배가 붙여준 별명이라는 'B급 좌파'라는 별명을 스스럼없이 쓰는 김규항. 그의 글이 책으로 엮여 나온 게 벌써 2001년이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오늘에 와서야 나는 그의 책을 읽었지만.

책을 읽으며 심히 부끄러웠다. 몸으로 불합리함을 겪으며 체득한 그의 경험이 진하게 배어나오는 글들이 내게 회초리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내 생각과 의견들이 얼마나 유치하기 짝이 없는지. 그야말로 내가 바로 얼치기 좌파이자 엉터리 지식인이라는 새로울 것 없는 깨달음.

온통 불합리함에 굴종하고 내 주변조차도 바꿀 행동력조차 없는 내가 대체 좌파로서 어떻게 살아가겠다는건지. 머릿 속에서만 꿈꾸고 그리는 이상향이 아니라, 내 생활에서 해나갈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타협점을 찾아내야만 내 말이, 글이, 행동이 살아 꿈틀댈 수 있을거다.

그래도 얻은 작은 위안은 영혼을 돈으로 바꿔 죽은 목숨 이어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선배님들 덕에 나같은 얼치기도 그나마 영혼을 죽여가며 살지는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과 적어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조금이나마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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