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 줄 감상을 말하자면 이 영화는 조선시대식 먼치킨이 등장하는 대국민 마스터베이션용 필름이다.
'우리가 지금 별볼일 없는데, 사실 그건 우리가 못난게 아니고, 우리가 졸라 우수하고 잘났거든? 그래서 우리의 우수성을 시기하고 견제한 주변 강대국들이 힘으로 졸라 방해하고 못살게 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야. 우리에겐 졸라 멋지고 우수한 과거가 있었으니, 자랑스러워해야돼. 그러니까 우리 힘내서 부국강병 이룩하자~?'라는 면피성 자위 사상을 강력히 어필하려는 영화였다.
왠지 마지막에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간 다음에는 붉은 글씨로 '자주국방'이라고 찍혀야 어울릴 듯 했달까? 아니, 차라리 마빡에 붉은 글씨로 적힌 '자주국방' 머리띠를 떡하니 붙여놔야 할 영화다.
게다가 먼치킨 액션과 첩보물과 멜로와 판타지를 섞어놓다니...돈 꽤나 쳐들여 만든 영화인거 같은데, 돈이 아깝다. 철지난 군국주의를 CG와 잘생긴 배우들로 적당히 포장해놓아봤자, 구린내는 어차피 포장지 틈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물론, 어느 블로그에서 지적했듯이 역사적 고증과 하나도 맞지 않고, 단지 영화 말미에 나오는 텍스트 한 줄 '세계 최초의 미사일'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데만 애를 쓴다. 그것도 영화 속 개연성에 의지하기 보다는 그 마지막 한 문장으로 나타내고. 이 영화의 정수를 느끼려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영화 끝에 나온 그 한 문장이니까.
그래도 국수주의자, 국가주의자, 군국주의자들은 눈물 찔끔 흘리며, 우리는 역시 우수한 민족이었어, 대단한 과거를 가지고 있잖아? 라고 되뇌었을 듯.안타까운 일이지만, 1900년대 초기 신지식들이 보였던 '우승열패'에 대한 콤플렉스가 21세기가 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 보인다. 특히 이 영화를 제작한 사람들 머릿속에. 아무리 호감을 갖고 보려해도 말이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조선시대 옷을 입혀놓은 거로밖에 안 보인다고.
영화를 아직 안 본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D포탈에 연재된 최가야님의 '공길동전'을 탐독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역사 판타지를 쓰려면 아예 제대로 쓰던가. 고증도 제대로 안되어놓고서는 카피에는 역사는 말하지 못한 어쩌고~ 그런 말 쓰지 말고.
그리고 자기들 논리 자기가 뒤집는 자가당착에는 좀 빠지지 말자. 폭발하는 화살이 기껏 등패에는 그을린 구멍 겨우 조금 뚫었는데, 사람한테 박히면 사람이 산산조각 나고. 그게 말이나 되나? 폭발 위력이 같을 텐데, 말도 안되잖아. -_- 전투씬을 찍으려면 제대로 병서라도 좀 훑어보던가. 전투의 기본도 안되어 있고. -_- 기병한테 쓸 창을 보병한테 쓰는 거나, 창병 사이에 검쓰는 병사도 안 세워두고, 대 기병용 창병이 창을 2인 1조도 아니고 혼자 들고 있고. 그러다 달려오는 말한테 채이거든? -_- 성인 한 명이 달려드는 말 힘을 이길 수 있지 않지. 충돌 에너지가 고스란히 창 통해서 창병한테 전달되는데 말야.
CG도 말이지, 마지막에 대신기전인가 뭔가 미사일 비스무리하게 다시 만든거. ...일반 물리학 중력 부분만 봤어도 그런 말도 안되는 궤적으로는 안 만듭니다. 무슨 소유즈호 발사 장면 재현인 줄 알았네. 그렇게 발사했어도 포물선 그리면서 떨어지지, 영화에서처럼 수직으로 안떨어지거든요? 또, 그 정도 위력의 미사일이던, 폭탄이던 간에 폭발했으면 주위 시체들이 남아나지 않아야 맞지. 아무리 영화래도 좀 제대로 합시다. 사람 좀 그을리고 말면 그게 미사일인가.
하여간,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정재영씨가 나온 영화임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다. '더 게임' 이후로 실망. 이 영화에 줄 별 따위 없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