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4. 06:17

[] 사회 변혁과 분자 운동

물이 끓거나 증발하는 것은 분자가 가진 에너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분자가 운동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질 때 비로소 움직이는 거죠.

자, 여기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중엔 굉장히 움직이기 좋아해서 활발히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다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만히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움직임에 대한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거죠.

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을 구성하는 모든 분자가 모두 똑같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정도의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적은 수지만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즉, 액체 상태의 물을 뛰쳐나가 기체 상태가 될 수 있을 만한 에너지를 가진 분자들도 있는 겁니다.
다만 대다수 분자는 '물'로서 존재할 수 있을 만큼만 에너지를 갖기 때문에 그릇 안에 물이 남겨지는 겁니다. 분자들의 에너지 분포도는 다음 그림과 같은 정규분포 함수를 따르죠.


가로축을 분자가 가진 에너지, 세로축을 분자의 수로 보면 됩니다. 오른쪽으로 갈 수록 큰 에너지를 갖는 겁니다. 위로 갈수록 그 에너지를 갖는 분자수가 많은 겁니다.

가로축의 중간에 많이 몰려있는 부분이 대다수 분자입니다. 증발할 수 있을만한 에너지를 갖는 분자들은 오른쪽 귀퉁이 조그만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동그라미 친 영역에 해당하는 수의 분자들만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겁니다.

그냥 물일 경우에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에너지가 모든 분자들의 에너지 상태를 올려줄 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 이미 변화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가진 적은 수의 분자들만 기체로 변화하는 거죠.

물 외부에서 열을 가하면, 열에너지가 물 분자의 운동에너지로 바뀝니다. '물이 끓는다'는 것은 물 분자가 액체 상태에서 분자끼리 끌어당기는 힘을 끊고 공기 중으로 뛰쳐나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위 그림에서 뛰쳐나갈 수 있는 분자는 오른쪽 귀퉁이에 조금 있었다고 말씀드렸죠? 물을 끓이면 뛰쳐나갈 수 있는 분자의 수가 점점 많아집니다. 끓이면 끓일 수록 분자의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점점 커집니다. 그래서 결국 100도씨가 되면 가운데 몰려있는 분자들도 뛰쳐나갈 만큼 에너지를 갖게 되어 대다수 물분자들이 물과의 인력을 끊고 공기 중으로 튀어나가는 겁니다.

100도씨는 그런 에너지를 갖도록 하는 일종의 임계점입니다. (물이 끓는 온도는 기압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1기압일때만 100도씨에서 끓죠. 기압이 1기압보다 낮을 때는 100도씨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습니다.)

문제는, 임계점은 액체와 기체가 공존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기체가 다시 액체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이죠. ^^; 물이 액체-기체로 변하는 것이 한 번 변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되돌아갈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사회 변혁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초에 문제 의식을 공유한 사람들은 저 동그라미 친 부분만큼의 영역에만 해당하는 아주 적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에너지를 갖고 활발히 움직이지요. 하지만, 자신들만 발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가운데 부분에 해당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아요. 그렇지만 문제 의식이 점점 공론화가 되어 가운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까지 이것이 문제라고 함께 생각하게 되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겁니다. 충분히 자기가 움직일만큼 에너지를 갖기 때문에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거죠. 그리고 가까스로 문제의식의 임계점에 다다랐는데, 그것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겠죠. 공유하던 사회 의식이나 공감대의 저하나 외부의 피치못할 변화 때문에요. ^^;

여튼 중요한 문제는 전체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변화할만큼의 에너지를 갖느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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