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0. 20:27

[] 다행이다.

이적이 부른 동명의 노래도 있긴 하지만, 오늘 얘기는 그 음악 얘기가 아니다, 아쉽게도. ㅎㅎ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요 몇 주 동안 즐거운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다. 앞으로 닥친 힘든 일은 사실 졸업 심사가 되어야 하는데, 이건 생각 외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있고, 되려 내 졸업 프로젝트가 한 켠 차지하고 있는 큰 프로젝트 마무리가 더 부담이 되고 있다. 아무래도 내 꺼는 내가 깨지고 고치면 마는 건데, 외부랑 같이 하는 건 확실히 마무리를 해줘야 되니 말이지.

여하간 날짜 착각해서 지난 주에 입사 원서를 냈어야 할 곳을 아차 하는 사이에 듀를 넘겨 못 내버린 어처구니없는 일도 했고 - 이래서 USB에 증명 사진을 넣어가지고 다녔어야 하는 건데. 후회해봤자 늦었지만. - 계속 상처를 받는 일도 있었고, 이래저래 날 힘들게 하는 일들이 있었다. 입사 원서 건 빼놓고는 전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었지.

그래도 다행인게, 힘들 때 붙들고 쫑알쫑알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칠(!) 지인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푸념어린 내 수다를 들어주고 토닥토닥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게 참 다행이었다. 어딘가 기댈 구석이 있다는 게 말이지.

지난 주 목, 금에 서울에 머물 때,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시는 분 댁에 묵었었다. 집주인 분이 나가신 낮 동안 고양이들과 얼굴을 익히고 친해지면서 참 재밌었다. 낯을 가리던 아이들이 나와 친해지고, 내게 와서 몸을 비비고, 나에게 스스럼없이 친밀감을 표하던 게 무척 신기했다. 집에서 개는 최근에 키워본 적이 있지만, 고양이는 아주 어렸을 때 병약한 고양이를 데려와서 잠시 키운 적 밖에 없었으니까.

나를 빤히 쳐다보면 냥냥대다가 "이리와"라고 내가 소리내어 말하거나,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을 때 고양이가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게 얼마나 기쁘던지. 내가 보이는 친밀감에 그대로 친밀감으로 답하는 고양이들이 참 신기하기도 예쁘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살아 숨쉬는 어떤 존재가 내 옆에 편히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동시에 내게 자신의 체온을 나누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벅차고 기쁘고 안정감이 드는 일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뭔가 서로 주고받는 것이 통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나의 성의에, 혹은 마음에, 행동에 상대방이 되받아쳐주고, 상대방이 보내는 것에 내가 응해주는 일이. 그리고 그렇게 해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늘 고마워하며 살고 있다. 나를 받아 주는 그 분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