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1. 14:21

[] KAIST 내의 과외비 논란에 관하여

아, 진짜 카이스트 다니는 거 창피해 죽겠다. -_-
오늘 학내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무슨 과외비 담합 하자고 글이 올라와서 한참 혼자 열통 터트리고 있다가 일제고사 관련 뉴스 보고 울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학내 게시판에 글 올렸다.

숱하게 우리 학교 부끄럽긴 했지만, 진짜 이렇게 카이스트 다니는 게 창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까지 성적 좋아서 카이스트 오면 뭐하냐.
기본적인 인성, 교양이 모자란데.
학생 뽑을 때 인성 면접으로 뽑는다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어쩜 모르지.
뽑는 사람들 인성이 딱 그 정도 수준이니까 그 수준에 맞는 학생들만 오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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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 쓰신 분 의견에 보태씁니다.

다른 분들은 과외를 시급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 혹은 내 능력에 걸맞는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과외를 한국 사회 교육체계의 모순을 파고들어서 현재의 불합리한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만들고 있는 일종의 편법 혹은 기생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공교육의 의미가 퇴색해버린 마당에 서열화를 통한
시스템의 강화에 과외를 통해 일조하고 있는 셈이죠.

물론 저도 생계 수단으로 과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연차 초과라 어떠한 보조금도 나오지 않고, 부모님께도 손을 벌릴만한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나 위 쓰레드들을 보니 자신이 사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사교육의 정당화를 위한 근거로 삼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죄송하지만 자기가 사교육을 받았던 경험의 유무와 사교육의 정당성은 어떠한 관계도 없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시점에 한국 사회에서 과외가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정도는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모든 과외가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생각해봅시다.

정말로 지금 과외를 하고 있는 분들이 과외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흥미를 일깨워주기 위해, 혹은 학교에서 채울 수 없는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함인지. 사실은 과외 학생의 어떠한 지적 호기심과도 상관없이, 단지 수능 점수를 잘 맞도록 하기 위한 과외를 시켜주는 것이 전혀 아닌지.

단지 서열이 더 높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발판을 닦아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적어도 카이스트에 올 정도의 지적 수준이라면 과외비를 얘기하기 이전에

한국 교육의 모순점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자신의 주머니 사정으로 감당하지 못할 만한 소비 수준을 사회가 강요하는 건 아닌지, 카이스트는 그래도 싼 편이지만, 한국의 대학 등록금 액수가 과연 보통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만큼 타당한지,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학생들이 마음놓고 공부하지 못하고 돈에 매달리게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과외를 시킬만한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서열 경쟁에서 탈락해버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학벌 위주 사회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째서 육체 노동에 비해 두뇌 노동이 더 고급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왜 공교육으로 학생들 교육이 충분치 되지 않고 사교육으로 빠져야 하는지, 대체 과외가 왜 학생들에게 필요한지,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처우 개선과 복지 정책을 제대로 만들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과외 하시는 분들 중에 학부생만 있는 게 아니라, 대학원생들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연구에 몰두하지 못하고 생계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요?

적어도 과외에 얽힌 각종 모순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넘어가는 게 배운자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하네요.

Wanted 보드가 갑자기 토론 보드가 되어버린 것 같긴 한데, 하도 답답하기도 하고, 딱히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 쓰기가 이상해서 여기 이어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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