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9. 04:30

[] 첫 끼니

아침밥은 엄마가 해다주신 주먹밥에 갓김치로 대충 때우고, 너무 졸려서 중간 중간 낮잠 좀 자다가 놀다가 자다가 하면서 저녁은 좀 늦게 차려먹었다.

쌀을 두어컵 퍼서 밥을 안쳐두고 장을 보러 나갔다. 여기 위치가 좋은 게, 학교 쪽문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이고,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다는 것. 궁동 나가기에도 편하고.

여튼 하나로 마트 들어가자마자 문 닫을 시간이래서 부랴부랴 장바구니에 살 것들을 집어 넣었다. 500g짜리 맨된장 (2,000원), 아욱 한 봉지 (480원), 계란 10개 (2,400원), 딸기 한 팩 (3,500원), 식용유 작은 거(3,000원), 그리고 쓰레기봉투 20리터짜리 세 장. 사실 더 사고 싶었던 건 조그만 간장이랑 마가린, 식빵이었는데 간장이 너무 큰 것만 있어서 이건 일단 보류했다. 갓 지은 밥에 마가린이랑 간장 넣어서 비벼먹는 거 좋아하거든. -_-;; 된장은 있으면 워낙 레시피로 많은 걸 시도할 수 있어서 샀다. 광주 쪽에서는 된장으로 나물 잘 무쳐먹으니까. 그리고 국도 여러 가지 가능하고, 건데기만 바꾸면. ㅎㅎ 냉이국, 시래기국, 아욱국, 보리국, 쑥국 등등등. (잘 생각이 안난다, 갑자기 쓰려니.) 여튼 내가 젤 좋아하는 건 시래기 된장국. 쿨럭.

집에 오다가 근처 수퍼에서 담배 한 갑이랑 수세미 하나 사서 들어왔다. 설거지용 세제는 그냥 안샀다. 너무 큰 것만 있어서. -_-;; 정말 오늘 든 생각인데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싱글 세트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손 한 뼘 크기만한 참기름, 간장, 세제 등등이 한 세트로 되어 있는 그런 세트. 다들 너무 크다고, 용량이.

집에 오니 밥은 다 지어져서 고소한 밥냄새가 나고 있었다. 재빨리 전기 쿠커를 씻고, 아욱을 씻고, 된장을 물에 풀어서 씻은 아욱을 손으로 대충 갈라서 국을 끓였다. 칼이 없어서; (엄마 차에 있는 과도 꺼낸다는 걸 깜박.) 손으로 그냥 적당히 뚝뚝 끊어서 넣었는데 괜찮았다. 아욱이 생각보다 많아서 반만 국에 넣고 반은 안 씻고 잘 싸서 냉장고에 넣어 뒀다. 씻어서 냉장고 넣으면 금방 무른다, 채소는. 음, 그런데 된장 푸는데 생각보다 잘 안 풀려서 나중엔 물 조금 넣고 다 푼 다음에 물을 더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 끓는 동안 주방 문 열어두고 잠시 방에서 와-_-우 하다가 끓는 소리에 나가서 간을 봤다. 좀 싱겁긴 하지만 아욱이 워낙 맛있는 채소라서 처음 끓인 된장국치고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우하하. 밥이야 내가 원래 잘하고. 으힛. 엄마가 가져다 주신 쌀이 맛있는 쌀이기도 하지만. -_-;

국이 거의 다 끓었길래 달걀 하나를 잽싸게 그릇에 깨서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려서 익혔다. 원래는 부쳐먹고 싶었는데, 국 끓이는 쿠커를 들어내고 하기엔 너무 뜨겁고 국이 많은지라 기름 안 쓰고 전자렌지에 그냥 했다. 그릇에 밥을 푸고, 달걀 얹고, 라면기에 국 퍼서 담아서 배추김치랑 맛있게 냠냠했다. 다 먹고 딸기도 반 팩씻어서 먹고.

자취 첫 날이라 뭔가 잘 해먹기도 하고, 각오에 가득차기도 하고 그랬는데, 앞으로 더 있으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 ㅎㅎ 그래도 가난한 살림에 되도록 집에서 밥 해먹어야지, 암. 내일은 밖에 나가서 냉이를 좀 사다가 된장에 무쳐볼까 한다. 난 나물 종류 되게 좋아하는데 밥을 사먹으면 은근히 그런 반찬 먹기가 쉽지 않단 말이지. 설에 광주가면 보리 좀 사와야지, 으힛. 음. 가지가 있으면 그것도 좀 사올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집에 참기름이랑 소금이랑 마늘 다진 게 없네. 이런 양념류는 다 있는 게 편하긴 하구나.

여하간, 자취 첫 날 첫 끼니는 성공 ~_~ 싸고 영양가 많은 식단 만세 \(>ㅁ<)/

'소소한 주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이 없다.  (4) 2009.01.29
[펌] 살아남기 위해 죽어야 하는 역설을 끝내야  (2) 2009.01.21
[] 이사했다  (4) 2009.01.18
[] 로드무비 - part. 03. 090108  (0) 2009.01.11
[] 로드무비 - part. 02. 090107  (4) 2009.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