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3. 05:54

[] 내가 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

제가 참여한 이유는 아프리카로 중계방송보다 열받고 답답해서요.
민주공화국에서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행동하는데 귓구멍 좀 팍 열고 들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쇠고기 문제보다는 사실 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를 비롯한 각종 민영화 정책, 자사고, 영어 몰입화 교육, 비리가 끝없이 터져나오는 데다가 무능하기까지 한 내각에 대한 불만, 권력에 설설기는 거지같은 검찰과 미국 뒤나 핥아주는 어이없는 기득권 층에 대한 분노,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소수자에 대한 배려 없는 모습에 대한 분노, 여성을 비하하고도 그게 잘못인지도 모르는 태도에 대한 분노, 과학기술계와 문화계, 환경생태에 관련하여 아무런 비전도 없는 태도에 대한 분노, 노무현은 코드인사라고 그렇게 까대더니 막상 고소영 강부자만 기용하는 이명박에게는 쓴소리 한 마디 없는 조중동에 대한 분노 등이 제가 집회에 참가하는 이유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들이 반대를 하던 말던 무조건 쇠고기 수입 고시를 하는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그것도 대통령 자신은 외국에 나간 사이였죠. 쇠고기 수입 정책에 대해 이렇게 나왔다면, 대운하 등을 포함한 향후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국민이 동의를 하던 말던 간에 밀어붙일 거라는 게 눈에 뻔해서 그랬습니다.

그 다음으로 큰 부분은 고위층이 길거리로 나온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분노해서 그랬습니다. 많은 수의 국민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막으라고 했다고 빈손인 사람들에게 강경 진압을 하는 경찰의 모습, 권력이라는 커다란 무기를 이용하여 시민들을 무조건 찍어누르려고만 하는 태도, 신문에서 폭력 시위라고 매도하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보다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하라고 시키면 양심에 대한 성찰도 없이 무조건 실행하는 경찰의 태도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해서 그랬습니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때문에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지 않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그에 대해 자국민을 보호할 정책은 내놓지 않고, 미국 눈치 보는데만 급급한 모습에 분노했습니다.

그 다음은 말로는 경제를 살리겠다, 과학을 발전시키겠다, 쉴새 없이 립서비스를 하면서 막상 행동과 정책은 말과 반대로 하는 이명박에게 분노해서 그랬습니다. 그가 살리겠다고 한 경제는 이미 충분히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더욱 배불려주는 일입니다. 서민들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양극화를 가속시키고,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질 교육 정책과 의료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대기업의 독주로 중소기업이 클 수 없는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기게 된 배경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대기업의 배만 불려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과학을 발전시킨다더니 엉뚱하게 국책연구소를 대학이랑 통합시킵니다. 이런 모순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랬습니다.

또, 이명박을 뽑은 사람들에 대한 한심함 때문에 그랬습니다. 상위 10%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만을 위한 정책들에 찬성해서 뽑았다면, 민주 시민 의식은 전혀 엿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만 잘살겠다는 이기심이 한심했습니다. 그리고 그저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에 혹해서 정책조차 꼼꼼히 살펴보지도 않고 그저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그에게 표를 던졌다면, 그 정도도 합리적으로 이성에 따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한심해서 그랬습니다.

마지막으로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무능때문에 그랬습니다.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는 한 시민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선거 시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 뿐이죠. 그러나 이게 제대로 되려면 좀 제대로 된 의원들이 나와야 되는데, 현재 야당 쪽에서 여당에 대항하여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못하니까 나라도 촛불 집회에 가서 촛불 한 개라도 더 보태려고 그랬습니다.


- 2008. 06. 03

'끄적끄적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6월 28일 촛불 집회 후기  (0) 2008.06.29
[] 모순  (0) 2008.06.22
[] 아빠 전화를 받았습니다.  (0) 2008.06.02
[] 5월 31일 - 6월 1일 서울 집회 참여 후기  (0) 2008.06.01
[] 강물에 스치우다  (0) 200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