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8. 06:23

[] 진보신당 가입인사

진보신당 가입은 아마 총선 후니까 4월 9일이 지난 언젠가였을꺼다. 기껏 가입은 했는데 쭈뼛쭈뼛 눈치만 보다가 6월 21일 저녁에서야 인삿글을 올렸다. 웹페이지에서 가입 한 번하는 것 뿐이지만, 그것으로 내 자신의 정체성 - 성 지향과 정치성 - 모두를 정립하게 되었다. 인생에 참 많은 순간들이 있지만, 진보신당을 가입한 그 때가 가장 큰 영향을 준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러고보니 이 글 중간중간이 발췌되서 레디앙 기사에 실렸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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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사올립니다. =)

 계속 게시판 글 눈팅만 하다가 이제야 가입인사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

 사실 진보신당 가입은 총선 직후에 했는데, 글을 쓰기에는 왠지 내공이 달리는 것 같은 생각에 머뭇거리다가 이제야 글을 씁니다. 하하. 가입 동기라고 하면 지지율이 3%가 안 나오는 걸 보고, 이래선 안되겠다 냅다 가입을 했죠. 당 가입이 지지율을 뒤늦게 올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저는 제 정치적 정체성을 '정당 가입'이라는 일을 통해 확실히 하고 싶었거든요.

 저는 한때 과학도를 꿈꾸다 진로를 바꾼 스물일곱 대학원생이며, 성소수자 - 양성애자 - 입니다. =) 요즘 들어 커밍아웃을 과도하게 하고 다니는 것 같아 상당히 쑥스럽지만, 적어도 '진보'를 논하는 정당이라면, 일반 사회에서보다는 제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겠지요. '평등'과 '연대'를 당의 기본으로 내세우는 정당이라면 더더욱 그렇겠구요. (그래서 서울갔다가 종로에 걸린 최현숙님 펼침막보고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요즘 진보신당이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당원으로서 참 기쁩니다. 6일에는 세종로 근처에서 칼라티비와 인터뷰 하시던 심노대표님들과 악수도 하고 왔죠. ㅎㅎ;; 그날 칼라티비에 '진보신당 화이팅~'이란 짜랑한 목소리가 들렸다면, 제 목소립니다. 하하; 촛불 집회 생중계를 통해 진보신당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지율이 올라가려면 먼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야겠죠.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실제로 지지하는 사람들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저는 공부만 하던 사람입니다. 학생회에 참여한 적도 없고, 노동 운동을 해 본 적도 없지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진보'라는 가치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누구나 행복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써의 진보. 그게 제가 생각하는 진보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이념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용 그리고 포용, 여기서 진보의 참가치가 우러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진보적 가치에 의의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 곳이 이 곳, 진보신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현재 진보신당이 가지고 있는 것도 이미지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미지는 허상이 아니라 본바탕에서 자연스레 스며나오는 이미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흔히들 쓰시는 '투쟁'이라는 말에서 풍겨나오는 이미지에 더럭 겁을 먹고 쉽사리 진보 정당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봅니다. 바로 저같은 사람들이 말이죠.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레 생활 속에서 진보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서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상과 이념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실제 서민들의 고통을 줄여줄 정책으로 서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진보신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가 된 것을 보니 우리 나라 사람들의 반 정도가 실제로는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생각하기엔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고 있구요. 그런 사람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진보신당이 생각하는 것이 결국 같은 것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알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깨에 힘을 좀 빼고, 편안히 사람들을 안을 수 있는 진보신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웹에서 당원가입을 하는 방법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웹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조금이나마 쉽게 생겼으니까요. ^^

 그저, 새로 들어온 당원 하나하나 포근히 안아주시라는 뜻에서 긴 글 올립니다. 평등, 연대라는 가치를 따라 오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권위에 대한 반감 역시 크실테니까요. 그럴 의도로 그러시는 분들은 없으시겠지만, 새로 들어와 위축되어 있는 당원들은 기존에 계시던 분들에게서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읽을 수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오신 것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원래 계시던 분들이 겪었던 일을 모두 이해할 수 없고, 당이 내세우는 진보적 가치에 공감하여 들어오신 분들일텐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공부나 더 해와라, 라고 하시면 그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반감이 먼저 들겁니다. 물론 모르는 것은 차차 공부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무엇이 잘못되어 왔는지, 지금,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나씩 고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받아들일 마음이 있으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곳에 들어오셨을테니까요.

 앞으로 함께 따뜻하고 활기찬 진보신당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인사글 길게 올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