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31. 14:40

[] 힘들다

확실히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체력이 딸려서 힘들다. 겨우 이틀, 그것도 오후에 출근해서 한 거라고는 짐싸고 옮기고 정리하고 컴퓨터 세팅한 거 밖에 없는데 뭐가 이리 힘든지, 원. 저질 체력이야, 정말. 담주부터는 점심 시간에 수영 시작해야지. 연구실 건물 바로 길 건너 2분 거리에 수영장이 있다. -_-; 하도 오랜만에 수영하는 거라 10바퀴 이상 돌 수 있을지 모르겠네.

어제 임용 서류를 모두 준비해서 학교에 제출했다. 급여일을 슬쩍 물어보니 17일이란다. 집세를 내는 날이다. 다행히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내가 다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정말 독립 시작이다. 물론 첫 달치 내주셨으니 그건 당연히 첫 월급에서 떼서 아빠 드려야지, 암. 그런데 서약서랑 신원 진술서가 나를 상당히 기분나쁘게 했다. 뭐 기밀 누설 안 하는거야 윤리에 관련된 문제니까 당연히 지킬건데, 안 지킬 경우에 받을 일신상의 불이익을 강조하는 어투가 상당히 기분나빴고, 신원 진술서에 벼라별 거 다 쓰는 것도 진짜 기분나빴다. 정당/시민단체 활동 내역에 가족들 주민번호, 최종 출신 학교, 근무처, 직위 이런거 다 쓰라 그래서. 아, 정말 기분 더러웠지만 설마 진보신당 당원이라고 불이익 주겠어? 주면 고소해야지 이런 생각도 하고, 정부 소속 기관이라 그런지 더럽게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네라는 생각도 들고. 호적 없어진 지가 언젠데 아직도 호주/관계 란이 남아있고, 원적에 본적까지 쓰게 되어 있더라. 보증인 쓰는 데는 그냥 안 썼는데, 뭐 서류에 문제 있으면 인사팀에서 연락하겠지. 설마 고용을 안 하겠어?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열받다간 한이 없을거 같아서 그냥 나중엔 ㅅㅂ 이 말만 속으로 되뇌이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머리를 비우고 썼다. =_= 

서류 내고 나서 연구실 짐 옮기고 컴터 셋팅하는데 메인보드 설치 CD가 없어서 조낸 삽질하고, 네트웍 설정도 잘 안잡혀서 12시 넘어서 퇴근했다. 어제 금요일 밤이었는데, 연구실 컴터와 뜨거운 밤을 보냈네그려. 음 그래도 여태 좀 껄끄러웠던 교수랑 그나마 화해비스무리한 걸 해서 마음은 좀 편했다. 나보고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고 뭐라 그러네. -_-; 지는. -_- 여튼 예전에 나한테 한 짓을 잊지는 않았지만, 딱히 밉지도 않다. 이젠 좀 불쌍해. 평생 그리 살라 그러지 뭐. 나한테 못된 짓 했던 건 쏙 빼놓고 자기가 나 얼마나 걱정하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포장해서 말하는 거 보니 왠지 불쌍해졌다. 쯧.

아참, 2월 27일인 우리 학교 졸업식에 설치류가 한 마리 숨어들꺼라는 얘기가 있다. 과사에서 졸업식 참석자들 주민번호랑 보내라고 하는 게 이번에도 누가 오는군 하는 생각은 들었는데, 역시나 MB인가 보다. (요즘 이 이니셜만 보면 치가 떨려서 마더보드 약자를 MB로 안 쓰고 MoB로 쓰고 있다. -_-) 음. 생각해보니 나 학부 졸업식 땐 노무현 왔었는데, 석사 졸업식때는 MB가 오네. 나 거물인가보다. 졸업식마다 대통령이 축하해줘. *-_-* 국가 귀빈인 거시다. 음하하. 젠장. 졸업식 참석한댔는데 기분이 더러워져서 가고 싶지 않아졌는데, 그깟 쥐새끼 한 마리때문에 졸업식 안가는 것도 오버란 생각이 들어서 가긴 가야겠다. 근데 부모님 오시라해야해 말아야해? 일단은 오시지 말랬는데 섭섭하실라나. -_-a 남들 2년만에 하는 석사 졸업을 5년만에 하는게 자랑도 아닌데 흠.

몸이 힘드니까 오히려 잠도 더 안 오더라. 뜨거운 물로 샤워해도 몸이 다 풀리지가 않아서 누워있다가 와우해버렸다. 섭다 되는 6시 반까지. -_-; 중간에 마탑 영던 돌다가 우리 동네가 정전이 되는 바람에 정말 당황스러웠다. 차단기 내려갔나 싶어서 확인했는데, 그건 아니어서 밖을 보니 우리 블럭이 다 정전이더라구. 사실 차단기 내려갈만큼 전기를 많이 쓴 것도 아니니까. 냉장고, 방 형광등, 컴퓨터가 전부였는데 내려갈리가. 여튼 섭다 시간은 다가오고 전기는 안들어오고, 파티원들 전화번호를 아는 것도 아니고 정말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15분쯤 후에 전기가 들어오고, 섭다 시간도 좀 늦어서 케리까지 깨는데 성공했지만. 옛솔도 아닌 마탑에서 타임어택 할 줄은 정말 몰랐다. -_-;;

어쨌든 어제는 힘들어서 그런지 유난히도 보드라운 맨살의 온기가 너무나도 필요한 날이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어깨와 등을 따스한 가슴팍에 기댄 채 품 속에 포옥 안겨서 허리에는 끌어안긴 팔의 따스함을, 귓가엔 숨소리를, 목덜미엔 따뜻한 숨결을 느끼면서 잠드는 게 너무나 그리웠다. 지쳐버린 몸의 손끝 발끝까지 포근히 녹여줄 그런 온기가. 저렇게 잠들었던 지가 벌써 언제적인지. 기억도 안난다. 마음놓고 등을 맡긴 채 잠들 수 있는 사람을 만난 지가 말이지. 음. 써놓고 보니, 나 외로운 거였구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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