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1. 14:38

[] 미치겠다.

먼저 경찰들의 진압으로 돌아가신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요즈음 한국 사회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정말 미쳐버리겠다. 제정신으로 살다간 미쳐버릴지도 몰라.
내가 그 동안 세상 돌아가는 거에 별 관심이 없다고 요 몇 개월 들어서 관심이 생겨서 보이는 건지, 아니면 유달리 이번 정권에 들어서 미쳐 돌아가는 게 많아진 건지 도통 모르겠다.

언론의 헤드라인은 대부분 '불법 시위'. 그렇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을 보면 '현실적 이주 대책 부재'와 '불법 진압'이 핵심이다.

집시법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합법 시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나 이번에 개악되는 집시법 조항을 보면 말이지. 합법 좋아하면 경찰도 집시법 대로 합법적으로 대처하란 말이다. 집시법 내에는 그 어디에도 폭력적 과잉 진압 허용 조항이 없다고.

힘있는 자기들은 마음대로 해도 되고, 힘없는 사람들은 법.그.대.로. 해야 하고. 대체 세상 어느 법치 국가가 그딴 식으로 법률을 자의적 해석을 해? 응?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다 그딴 소리 그만 하라고. 힘없는 사람들만 법대로 해야되는데 무슨 법치 국가야. 돈많고 힘있는 것들은 법도 안 지킬 뿐더러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편법에 능한데 말야.

정말, 정부 관련된 기관에서 일을 하다보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은 아웃 오브 안중이다. 그네들의 마인드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어따 대고 반항이야? 이거다. 찍소리하지 말고 시키는대로 꺼져라 이거다. 내가 일해보고 느낀 거다, 이건. 무조건 헌 건물 밀어내고, 새 건물 지으면 장땡이고, 살고 있던 사람들은 어디서 살던 말던 구걸을 해서 빌어먹고 살던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거다.

사람의 삶이라는 건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적인 재화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거에 대한 보상은 커녕, 지금 살고 있던 집에서 떠나가 다른 곳에 정착할 금전적 보장도 안 될 뿐더러, 재개발을 한다고 해서 그 곳에 재입주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정착 비율은 10%일 뿐이다. - 우리 나라 주택 사정 상 주택 소유자보다 세입자가 월등히 많은 상황에서, 세입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설령 재입주를 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동안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 주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살아갈 기본적인 것도 보장을 해주지 않으면서 일단 나가라는 건 중랑천 다리 밑에 움막 짓고 살라는 얘기인거냐?

국가가 국민에게 마땅히 기본적으로 해주어야 할 것들을 보장해주지도 않으면서 알량한 애국심과 민족애를 들먹이면서 까라면 까라는 대로 하길 바라는 그 자세에 정말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다. 이게 무슨 국가이며 민주 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삼는 공화국의 행태냔 말이다.

초등학교 바른생활에서도 배운다.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건 의, 식, 주라고. 그 중에서도 '주'가 가장 안정되어야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산다. 평생 자기 몸 뉘일 자리 걱정같은 거 안 해보고 배부르고 등따시게 산 윗놈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같이 먹고 살기 간당간당한 사람들은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그게 안정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어.

사람이 돈을 쓰는 것도 생활이 안정되야 마음 놓고 쓰는거지. 너네 그런식으로 계속하면 자본주의 경제 체제 자체도 지탱이 안 된다. 돈이 안 돌기 시작하면 붕괴는 순식간이야. 어차피 이 나라에 내수 충족률은 22% 남짓이긴 한다 해도 말야. (이거 완전히 경제 식민지 수준인데. -_- )

아, 정말 미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대체 뭐가 있지. 가만히 있는 것 자체로 죄를 짓는 기분이다. 괴로워도 신경 끄고 사는 것은 내 양심이 허락치 않는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혼자서는 택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이 뭉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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