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0. 11:56

[라흐쉬나의 색안경 갈바쓰고] <0> 내 안의 욕망을 허하라

진보신당 여성위원회(준)에서는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지금은 준비호지만 말이다. ㅎㅎ 그런데 황공하옵게도(!) 나한테 한 꼭지를 떼어주셨다. +_+ 이번 준비2호부터 글이 실리기 시작해서 블로그에도 가져왔다. 앞으로는 소식지 발간날에 맞추어 동시게재해야지. ㅎㅎ

참, 여성 소식지는 http://colorwomen.tistory.com/ 여기 이구요, 제 블로그에도 링크는 되어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발간 예정입니다. 많이들 사랑해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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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쉬나의 색안경 갈바쓰고] <0> 내 안의 욕망을 허하라


이번 소식지부터 지면을 허락 받은 라흐쉬나 인사드립니다. 코너 명까지도 제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니 이거 너무나 기뻐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기왕 색깔있는 여성이 되기로 작정했으니 처음부터 색 넘치는 제목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색안경 하나만 써도 색이 입혀지는데 갈바(겹쳐)쓰니 색이야 넘쳐나겠지요. 앞으로 이 코너는 제 마음 가는 대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제가 읽은 책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본 영화 이야기가 될 수도, 전시회 이야기일 수도, 혹은 제가 만난 사람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을 겁니다. 아, 얘가 그냥 코너 하나 날로 먹겠다는 심산이구나, 하구요. 바로 맞추셨습니다! 하지만 제 맘 같아서는 제가 날로 먹기 보다는 기왕이면 읽으시는 분들이 날로 드시기에 부담없는 코너였으면 합니다. 어렵고 골치 아픈 용어를 써가며 잘난 척 주름을 잡기 보다는 다들 살아가시며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얘기들을 솔직히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네.


한국에서 살아온 분들 중 대다수가 그러시겠지만, 보통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합니다. 저만 해도 제 안에 있는 욕망들을 인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요.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짐짓 철이 든 척 부모님을 조를 줄을 몰랐고, 성인이 되어서도 제 마음 속 바라는 바에 솔직하지 못 하고, 쿨한 척 거리를 두고 남에게 양보를 하거나, 그래 그런 거지 하고 슬며시 포기하기 일쑤였습니다. 심지어 좋아하는 사람한테도 제대로 말 한 번 못 하는 경우도 많았지요. (뭐 아직도 그다지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네요, 이 면에서는) 그렇지만 이런 건 그다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죠. 특히나 굉장히 부당한 일임에도 나 하나 참으면 편해질 거야 라는 생각에 참고 넘어가는 경우는 말도 못 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대부분 성적 불쾌감이 느껴지는 상황들이 많구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배워 온 착하고 온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넘어가고 맙니다. 그러고 나서 느껴지는 찝찝함과 불쾌감을 떨쳐내지 못 하구요. 아, 생각하니 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네요. 하아. 진정해야지.


사실 생각해보면 남한테 어떻게 비춰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내 자신이 불쾌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얼마나 현명하게 상황을 바로잡느냐가 중요한 건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잘 되지 않죠. 대부분 그런 얘기들을 꺼내는 사람은 나보다 상사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하는 모임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 사람들에게 대설 경우에는 그 모임 안에서 미운 털이 박히기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마련입니다.


뭘 그리 장황하게 얘기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시다면, 부제를 보시면 바로 아실 겁니다. 내 안의 욕망을 허하라, 제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얘기입니다. 내 안의 욕망을 허하고 그에 따라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하구요. 사실 생각해보면 세상을 바꾸어 온 수많은 사건들은 결국 누군가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시도로부터 일어났습니다.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것도 정치에 참여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욕망 때문이었고, 인종 차별에 대항하는 운동이 일어난 것도 차별 받지 않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거창한 얘기 말고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갓난 아기들 얘기를 할 수 있겠죠. 아기들이 살기 위해서 욕망에 따라 하는 행동들, 배고플 때, 어딘가 불편하거나 아플 때 온 몸으로 울음을 우는 것. 누군가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하나하나 따져가며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살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 자신의 욕망에 따르는 것이 가장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거죠.


아, 물론 자기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뭐든지 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채 나오지 못하고 꿈틀거리고 있는 욕망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그 욕망이 하고 싶은 대로 가만히 놔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간혹 욕망이 있음에도 그게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지요.) 특히나 여성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바라는 대로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싫은 소리가 될까 봐 하지 못 하고, 연인과의 관계에서 나쁜 여자가 될까 봐 하지 못하고, 내가 속한 어떤 곳에서는 피곤한 여자로 낙인 찍힐까 봐 하지 못 하고, 파트너의 관계에서도 밝히는 여자가 될까 봐 하지 못 하는 것들. 그런 일들을 정말로 내가 참아 넘기는 것이 옳은 일인가 싶습니다. 어째서 여자라면 사람의 성정 중
덕목에 해당하는 것들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되는 걸까요. 착하고, 온화하고, 포근하고, 조용하고, 평화롭고, 차분하고 등등 말이죠. 좋은 사람이 되도록 강요를 받으며 사는 것을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네요.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뭔가 하니, 이 코너는 제 마음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겠다는 결심을 재차 밝히는 일입니다. 정말 너무나 하고 싶어서 입술 끝까지 간질거리다가도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두려워서 많은 여성들이 입을 닫아버리는 얘기들을 조금은 부끄럽고 민망하더라도 꺼내보려 합니다. 예전에 한 번 시도한 적은 있었죠. 제 블로그에 적었던 그 글 말입니다. 예상외로 굉장히 호응이 좋아서 저도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그만큼 쌓인 게 많은데도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쉽게 꺼내지 못 하는 얘기지만, 언제든 털어놓고 싶은 얘기란 뜻이겠죠. 어쩌면 조금은 야한 얘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면 제가 그런 걸 좋아하기 때문이죠. *-_-* 제가 여성으로 살면서 여성으로 느끼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 조금씩 함께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앞으로 종종 만나뵙겠습니다. 아, 혹시
이것에 관한 얘기를 해달라는 게 있으신 분은 으로이메일주시면반영하도록노력해보겠습니다.그럼,다음코너부터제대로만나뵙도록하지요.다음에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