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5. 18. 07:49

[] [3]

[그거 들었나. 이번에는 시린 가문의 계승식이 엄청났다던데.]

[그야 당연히 들었지. 사망자가 사상 최대라며.]

[그 인원 다 보강하려면 깨나 힘들겠구만.]

[모르는 소리말아 이 사람아. 그 가문에서는 계승식에 대비해서
어렸을때부터 교육시켜놓는다고. 그래서 그대로 보충하는거야.
계승식때마다 그렇게 죽어나가도 끄떡도 하지 않는 것 좀 보게.]

[아무리 그래도...정말 이번엔 너무 심했구만..]

[그나저나. 이번엔 최초 여자 가주인가?]

[에이 자네도 뭘 모르는구만! 원래 그 가문은 여자가 세운 가문
이야. 계속 모계로 이어져 오다가 최근 이백년 간만 남자들이 이
어 온걸세. 이제야말로 제 혈통을 찾은게라구.]

[어이. 거기 자네들. 남의 집안사를 너무 낱낱이 캐는 것 아닌가.]

수다를 떨고 있는 두 남자의 곁에 한 남자가 불쑥 나오며 말을 걸자,
한참 수다에 열중하고 있던 남자들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헉. 도...도련님......]

[현유 도련님...어쩐 일로..]

[간밤에 일어난 일로 온 도성이 뒤숭숭해서 돌아다니던 차다. 모르는사람이 없는 일이지만, 너무 그렇게 입에 올릴 일은 아닌 것 같구나.]

[네. 도련님. 알았습니다.]

[그럼 계속 일들 보시게.]

[네. 살펴 가십시오.]

현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간밤에 시린 가문에서 벌어진 계승식
때문에 온 도성이 술렁이고 있었다. 시린 가문 근방은 피비린내가 진
동하는 바람에 교통 통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근 한세대 마다 있는
계승식이었고, 일체 간섭이 허용되지 않지만, 워낙에 규모가 큰지라
매스컴에서도 연방 떠들어대고 있었다.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가택
내부는 나오지 않지만, 바깥에서만 보아도 간밤에 일어난 일이 어땠
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현유! 너 이 자식 또 어디를 싸돌아 다니는 게야!]

[아야아야- 가란 누나 좀 봐주라구! 나이가 몇살인데 귀를 잡아당기는 거야!]

[넌 나이를 먹으나 마나 늘 애처럼 굴잖아.]

[흥 나 챙기지 마시고 어서 시집가서 조카나 챙기시라구.]

[시끄러워. 내가 시집 못가는게 왜인지나 알아? 니가 선불맞은 망아지처럼 설치고 다니니까 행여나 사고 쳐서 내가 대신 가문을 이어받아야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내가 결혼 못한데에는 너도 꽤 책임이 있다구.]

[흥. 핑계없는 무덤 없다더니. 왜 나한테 히스테리야?]

[간밤의 일로 계속 어르신들이 오가시는데 대체 자리를 비우면 어쩌라는거야.]

[누님이 잘 하고 계시잖수. 나보다 누님이 더 믿음직스럽다구.]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우리 가문은 시린 가문이 아니야. 내가 이어받는게 허용될것 같아?]

[훗. 바꾸면 되지. 누님은 충분히 능력이 있으니 가능해. 내가 도와주지.]

[흥 준다고 가진대니? 이런 복잡한 집안일 떠안고 싶지 않다. 난 조용히 살고 싶어.]

[피는 물보다 진하다구요 누님. 누님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 절대 피는 못 속이죠. 암.]

[너 자꾸 이럴거야?]

가란이 치켜든 손을 현유가 꽉 잡아 내리며 말했다.

[내 인생은 내가 걸어가! 집안 어르신들이 이래저래 하라는대로 따르지 않을거야. 나도 생각이 있어. 그러니. 이 집안은 누님이 책임져. 나보단. 누님이 더 가주에 어울려.]

[아파! 놔!]

가란이 현유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손목에 손가락 자국이 선명히 나있었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대신. 집안에 폐끼치면. 아무리 너라고 해도. 죽인다.]

가란은 손목부분을 만지면서 저만치로 걸어갔다. 현유는 발치를 보며 조용히 뇌까렸다.

[정말로 나보단 누님이 어울린단 말이야. 가문의 수장 자리는...미안해 누님..힘든일 다 누님한테 떠맡기고 혼자서 속편히 지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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