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5. 18. 07:48

[] [2]

[하하핫 네네 알겠습니다. 그 건은 그때 만나뵙고 처리하도록 하지요. 네. 늘 마음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언제나 번영하시기를.]

딸깍. 검은 머리를 아주 짧게 깎은 날카로워 보이는 남자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 앞에는 손과 옷이 피로 붉게 물들은 리후가 곧 잡아먹을듯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밤중에 왜 대체 그런 차림으로 달려온거냐. 게다가 사업건으로 통화하고 있던 차에 말허리를 자르기까지 하고. 어디. 한번 말해봐라.]

[큰형님이 시키신 겁니까!]

[무슨 소리냐. 내가 뭘 시켰다는 게냐.]

[시치미떼시는 겁니까! 형님이 아니면 대체 누가!]

[흥분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무조건 내가 한 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게냐?]

[말돌리지마! 형님이 시킨거잖아! 형님이 연영을 죽인거잖아! 말해봐! 연영이 내 상대가 못된다는거 뻔히 알면서! 왜! 연영을 시킨거야! 왜! 아아 그래. 나를 도발시키려 그런건가? 그런거야!]

[연영이...죽었나....]

[왜 모르는 척 해! 왜! 형님이 그런거잖아아아!]

눈에서 시퍼런 빛을 뿜어내며 리후가 외쳤다. 남자는 그 서슬에 눌리지 않고 리후에게 소리쳤다.

[내가 했다면! 내가 직접 갔을 것이다. 네가 20세가 되는 날 때가 오는 것이라는 것쯤은 너도 알고 있지 않았느냐! 내게 와서 어리광 피우면 어쩌라는 게냐! 내가 이미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기라도 하다는 게냐! 정신차려라 리후! 시린 가문의 한 사람으로써 어찌 이런단 말이냐!]

[형님은...형님은...모를거야...연영이 내게 어떤 사람이었는지...그래..사실 그렇잖아. 형님들이 나를 떠맡기 싫으니까 나에게 연영을 붙여준거잖아. 꼬마 계집애 시중따윈 들어줄 수 없다고 해서 나를 연영에게 맡겼던 거잖아. 그렇지 않아?]

[...소중한 막내이며 하나뿐인 여동생이다. 어찌 귀찮다 했겠느냐.]

[전혀 내게 신경들도 쓰지 않은 주제에 그런 말 말아. 아니 신경은 썼겠지. 나도 가문의 일원이니까. 나 역시 견제 대상이었겠지. 후훗. 그래. 형님 말대로. 때가 됐어. 그러니까. 당신도! 이젠. 끝이야.]

[훗. 늘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든지 상대해주마. 와라.]

[하아앗-]

[흐야아-]

.
.
.

[뭐야. 형님. 이렇지 않았잖아.]

[훗. 못 본 사이 솜씨가 많이 늘었구나.]

[형님이...이렇게 맥없이 당할리 없잖아...]

[네가 나보다 훨씬 강한거다...당연한 결과야...]

[뭐야....사한 형님답지 않아...]

[아직 네가 나를 잘 모르는게다. 네가 이긴거야.]

[혀...형님...]

[큭...잘 알지 않느냐. 나는 싸움보다 업무처리에 능한 사람이다...]

[큰형님...]

[가거라. 그리고 셋째 휘류가 가장 강하다는 것 잊지 마라.]

[이런 형님을 두고 어딜 가라는 거야...]

[연영도 두고 왔지 않느냐. 오늘 밤 내내 힘들겠구나..그래도 지지 말거라. 내 목숨 값은 비싸다. 네가 당하면 평생 들러붙어서 괴롭게 해줄테다.]

[뭐야...그런 기쁜 듯한 얼굴 하지마...그렇게 날 보지마!]

[가라...가서...네 자리를 찾아라...]

[하..하지만..]

[어서! 밤은 그다지 길지 않다!]

리후는 망설이다가 사한이 버럭 지르는 소리에 입술을 깨물며 이내 달려나갔다. 사한은 바닥에 누운 채로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거 아느냐. 내 운명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라 네 것이었다는 것. 아니. 나라는 존재 자체가 너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 아느냐. 힘들겠지만...용서해라. 아마 평생 널 옭아매고 괴롭게 할 지도 모르겠지만...이것이 운명이었다...용서해다오. 가엾은 우리 막내...행복하게도 못해줬는데....'

사한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사한의 등 뒤 바닥은 너무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가 만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4]  (0) 2005.05.18
[] [3]  (0) 2005.05.18
[] [1]  (0) 2005.05.18
[] 아무리...  (0) 2005.04.24
[] 목숨줄  (0) 200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