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1. 18:33

[] 사람잡는 등록금

포탈을 더듬어다니다 기사를 하나 보았다.
전북의 모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이 등록금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 돈 때문에 얼마나 가슴이 타고 눈물마저 말라버렸을까.
그 아래 댓글이 가관이다.
돈없는 놈이 뭐하러 대학엘 가냐, 돈 없으면 돈 벌어 살 생각을 해야지 라는.
그 '돈'이라는 놈을 벌려면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택도 없다는 사실 알고나 있나.
아니, 그 전에 돈없는 사람이라도 공부를 하고 싶으면 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못 하나.

인격이라고 부르기 조차 민망한 저토록 강퍅한 생각이 묻어나는 말들을 보고 있으면 새삼스레 이 나라 공교육이 얼마나 무너져내렸는지 실감이 난다.
인간의 목숨과 가치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조차 하지 않는, 그것도 지치다 못해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사람에게 최소한의 추모를 드릴 생각조차 못 하는.
잘못된 시스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게 하는 무책임한.

...
고인을 탓하고 싶은 마음 따위 없다.
얼마 안 되는 돈에도 발 동동 구르며 애태워본 적이 있는 사람은 저런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잘 알테니까.
절대로 그 분이 특별히 나약하거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사회 시스템 자체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영원히 하층 계급에 머물 수 밖에 없도록 짜여진 세상에.
대학 자체가 하층 계급은 '감히' 발조차 들여놓을 수 없도록 등록금을 높이고.
그 높은 등록금을 메꾸기 위한 학자금 대출 조차도 하층 계급은 받지도 못 하고.
영원히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저 빌어먹을 시스템은 시시각각 강고해지고.

아 씨발.
돈 없는 사람은 켁 소리도 못하고 그냥 구석에 짜져서 조용히 아무 소리도 내지말고 죽은 듯이 살아도 살지 못하는 모양으로 살라는 말이냐.

부모가 가진 부를 바탕으로 대학을 다녀, 계급을 확고히 다지고.
남들은 겨우겨우 돈 벌어서 대출 갚고 집안 생계 유지하느라 팍팍하게 살 때.
이미 출발점이 달라버린 그들은, 저만치 앞서 나가 있는데.


...
내가 다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9월 첫 날부터 하늘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