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8. 06:15

[] Art - Eroticism

Eros와 Art 간의 상관관계.

예술, 특히 음악은 에로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들을때마다 그 사실을 느끼지만, 미처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어쩌면 의식적으로 그 사실을 외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음악이란 결국 에로틱한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말이 정확한 것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이런 분위기의 말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말도 안된다고, 합리화를 위한 변명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고, 조금씩 머리가 굵어지면서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저 말이 몇몇 예술가들의 비뚤어진 성욕을 변호하기 위한 말로 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탐탁치 않지만, 저 말 자체는 꽤 수긍이 간다.

음악은 사실 인간이 말로 표현할 때보다 더욱 많은 감정을 표현하게 해준다.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도구로써 음악이 만들어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감정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성욕이므로 음악 역시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인생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고, 아는 음악도 많지 않지만, 흔히 대작, 혹은 명작인 음악들은 대개 클라이막스, 또는 절정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진행은 발단-전개-절정-결말로 이루어진다. 명작, 또는 대작은 절정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듣는 자에게 확실히 전달이 되며, 절정에 올라섰을 때는 등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전율을 느끼게까지 한다. 굳이 오케스트라가 쓰인 웅장한 곡이라서도 아니고, 매우 조용한 피아노 선율로만 이루어진 곡이라도 분명 절정부는 존재한다.

음악 혹은 노래가 진행되는 과정은 성희의 절정, 즉, 오르가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일치한다고 본다. 음악이 차근차근 절정으로 다다를 때의 그 느낌은 오르가즘으로 다가가는 그 느낌과도 같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음악을 제대로 즐기고, 연주하고 싶다면 성희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은 신성한 것이고 성은 더럽다. 그러므로 음악을 sex에 비교하는 것은 모독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조금만 더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 성희를 경험함으로써 좀더 음악을 이해할 수 있고, 가장 근본적인 감정을 겪음으로써 자기 영혼의 폭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희에만 탐닉하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자신의 성욕을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인정하는 것 역시 건강한 사회와 개인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꾹꾹 눌러담고만 있으면 오히려 병이 되는 법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꿰뚫고 있는 일종의 패러다임을 건드리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성을 터부시하고, 성희를 즐기는 것을 더럽거나 천박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특히 여성에게 그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매춘이 이루어지는 일종의 '상가'가 버젓하게 존재하며 - 매매춘이 실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매매춘에 관련된 여성들은 부당한 일을 강요받아도 불법 행위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혜택은 커녕,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에 대한 - 또한 남성에 대한 - 성희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아직은 많이 '닫혀있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음악을 즐기려면 성을 즐기라 말하는 것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아직은 이 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냥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좀 더 깊은 소리를 내고 싶으면 자신의 기본적인 욕망과 감정을 느끼고 이해해 보라고. 그리고 그 느낌을 음악에 실어보라고.


- 200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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