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7. 01:01

[] 우항~

요 몇 주간 너무 기운을 깎아먹기만 한 것 같아서 간만에 운동장 좀 돌아줬다. 우훗~
그냥 싸목싸목 걸어서 4키로 정도. 운동장 열 바퀴.

처음에 걸을 때는 비뚤어진 척추 탓에 왠지 기우뚱한 느낌을 받지만, 이내 걷는 것에 빨려들어가다 보면 운동장이 나인지, 내가 운동장인지, 내가 걷는 건지, 세상이 내 발 아래서 움직이는 건지 모르게 된다. 안개가 낀 것 같은 머릿 속도 어느 새 안개가 걷힌 듯 말끔해지고, 굳어있던 근육들은 부드럽게 풀려간다. 풀려가는 근육을 따라 막힌 생각도 함께 풀려가고. 확실히 운동할 때 직관력이 좋아진다.

오늘은 걸을 때 일부러 다리를 높이 직각으로 올리듯하여 반 바퀴를 걸어보았다. 워낙에 몸 왼쪽이 모두 좋지 않아 균형이 맞지 않는데, 역시나 왼쪽 다리는 오른쪽 다리에 비해 쉽게 지치고, 쉽게 아파왔다. 그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굳어가며 잘 올라가지 않는 왼쪽 다리를 두드려가면서 목표로 잡은 반바퀴를 다 돌았다. 쉬지 않고 돌았으면 좋았겠지만, 굳은 걸 풀어가며 도느라 중간중간 잠시 쉬어야 했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힘들어도 끝까지 했다는 사실이 어찌나 기쁜지. 운동장 반바퀴, 200미터 남짓 도는 거였지만, 나름 내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내가 해왔던 일들이, 그리고 방향을 바꾸었던 일들이 사실은 내가 일들을 중간에 포기해버렸던 건 아닌가 하고 언제나 고민해왔으니까.

답답할까봐 반팔을 입고 나갔었는데, 한밤중 공기는 꽤나 싸늘했다. 드러난 맨팔이 금새 차가워져서 돌다가 주저 앉아 한참을 콜록콜록 기침을 해야했다. 내일은 긴팔을 입어줘야 할 것 같다. 건강하자고 하는 운동인데, 오히려 아프면 억울하잖아.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에 반가운 친구도 만나 간만에 이야기도 나누고. 역시 운동하길 잘했다.

내 일이 잘 풀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어김없이 내가 움직였을 때였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 했을 때, 비로소 운도 따라주었다. 주저 앉아 있으면, 운도 함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 이제 움직일 때다. 날아오를 때를 대비해서 몸을 만들어 줄 때다.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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