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6. 10. 07:35

[徽娟] 序 - 시작.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화창한 햇살이 내리쪼이는 오후. 휘연족 마을 가장 동쪽에 위치한 화원을 향해 한 소년이 달려가고 있었다.

- 탁탁탁탁

소년은 곧 화원 앞에 멈춰 문가에 달린 작은 종의 줄을  잡아당겼다.

- 따랑따랑

맑은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소년은 화원 안을 향해 외쳤다.

" 가란- 얼른 나와- '그'가 도착했어- 빨리- "

넓은 방으로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소년과 역시 검은 머리인 -그러나 소년과 달리 보라색의 눈을 가진- 소녀가 들어섰다. 방 한복판에 놓인 탁자에는 세 사람이 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년, 소녀와 닮은 -부모로 보이는- 중년 남녀와 한 청년이었다.

" 어서 이 쪽으로 와 앉거라. 너희에게 할 얘기가 있으니."
" 네, 아버지."
" 이 아이들인가? "
" 그렇습니다. 인사드려라. 이분은 너희의 가라얀으로 오신 분이다."
" 가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 현유라고 해요.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네요."
" 엔릴이라고 한다."

소녀와 소년에 이어 푸른빛이 도는 검은 머리의 청년이 짤막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이어서 말했다.

" 출발은 내일 묘시 초. 늦지 않도록 하여라. 그리고 휘운은 이 아이들에게 정화의식을, 히야네스는 축복의식을 행하도록."
" 네."

청년의 지시에 따라서 휘운과 히야네스 -남매의 부모님- 이 대답하였다.

" 가란, 현유. 어머니를 따라오너라."

마치 노랫가락과도 같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따라 빛이 춤추었다. 이윽고 빛은 소년과 소녀의 이마에 문양을 새기며 밝은 빛을 내뿜
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 이마의 문장은 너희의 앞날을 밝게 비추어주는 빛이 되리라. 이 빛은 빛의 신 루시디아가 내리는 빛이며 나, 히야네스 마얀 헤리에스가 루시디아의 이름을 빌어 너희를 축복하는 빛이니라."

히야네스의 보랏빛 눈에 잠시 빛이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 아버지께 가보거라. 기다리실게다."

투명한 물줄기가 휘운의 손놀림에 따라 소녀와 소년의 몸을 감싸 돌았다. 물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색깔로 시시각각 바뀌면서 그
들의 몸을 감싸돌았다. 이윽고 물은 색이 사라지며 물방울로 화했다.

" 대지의 여신 연의 축복을 받은 물로 너희의 몸을 정화시켰으니, 이는 너희가 성년이 될 준비를 마쳤음을 뜻하며, 주어진 업을 받
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냄이라."

휘운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남매를 따스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 가거라. 이제 너희의 앞길은 너희 손에 달렸다. 꼭. 돌아올 수 있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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