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7. 29. 07:39

[] 4년전 꿈

내가 2000년 9월 13일에 꾼 꿈을 옮겨놓은 글이다.

...
4년전 꿈이건만.
아직도 생생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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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내가 지켜야할 그녀가....
스스로 칼을 들이대고 있다..
방 밖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들..
군대가 진군해오는 소리....
그녀의 시녀는 이미 칼로 배를 찔렀고
그녀는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가 아무리 실감나도
나는 속지 않는다
나는...무사이기에..
그녀가 들고 있는 칼은 찌르면 칼날이
자루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곡예단용 칼이었다
쓰러진 시녀는 죽은 척 한 것이고..

"너도 어서 자결해!"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찌른 뒤 소리친다
훗...가슴을 찌르고 그렇게 서 있을 수..
그렇게 소리지를 수 있던가?
역시..아직은 연기가 미숙하다
그러나...나는 그녀를 주군으로 모시는 무사..
그녀의 연기에 장단을 맞춰 줄 수 밖에 없다

"알겠사옵니다..."

내 검을 뽑아 가슴에 겨누었다..
적당히 흉내만 내야지..
나의 임무는 그녀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지..
그녀를 버려두고 자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적당히 흉내만...

"헉..."

쓰러져 있던 그녀..나의 주군이 갑자기 일어나..
내 검을 그대로 있는 힘껏 밀어넣어 버린다..
그리고....검을 아래로 주욱 그어버린다...
서걱..옷과 살이 잘리는 소리....
너무나...너무나 심한 고통에..
소리조차 지를 수 없다..
단지...커다랗게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통에 찬 신음 소리와
헛바람이 새어나오는 소리를 낼 수 밖에는...

"허억...헉...커억..."

피...내 입으로 울컥 뿜어져 나오는 피..
바닥을 적시는...상처에서 흘러나온 피...
무사로서 전장을 누빌때도 이렇게 고통스러운 적은 없었는데...
내 몸이 서서히 무너진다....
쿠웅...괴롭다...

문이 열리고 군사들이 들어온다...
아...아군...적군이 아닌...아군....

"펴...평강..."

푸른 머리의 장군....
내가...너무도 그리워하던...그...평강 장군...
그가 방 안을 돌아본다..
나의 주군이 그를 보며..환한 얼굴로 웃고 있다..
푸른 머리의 그는...내 목소리를 듣고...나를 보고...

"저런 일개 시녀가 나를 부르다니..
궁내 기강이 해이해 졌군요.."

후...그래....내가...일개 시녀였던가...
이 나라의 공주로 태어나..
무사로 키워져..
언니의 호위를 맡고 있는 내가..
대장군과 비견될만한 지위의 내가..
일개 시녀였던가...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일개 시녀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가...

통탄하다..
하늘이 원망스럽다!
늘...주군의 뒤에 숨어서 호위를 해야했기에..
그에겐..평강 장군에겐 내가 보이지 않았겠지..
항상 얼굴에 면사를 덮어쓰고 있었기에..
나를 알아보지 못했겠지...

그러나...난..그를...사랑한다..

앞에선 그를 바로 보지 못하고..
언제나 뒷모습만을 지켜봐야했지만...

그를...사랑한다...

그래...언니도...나의 주군도 그를 사랑했던가...
그래서...친동생인 나를...그녀의 호위 무사인 나를..
이렇게...죽일 수 있는 것인가...

하아....눈이 감긴다...

이제...죽는 것인가...

이..대..로...



"..!"

눈을 떴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지금 나는...훗...

성내를 돌아본다..
그가...성을 돌아보고 있다..
보급품이 쌓인 곳에서 점검을 하고 있군..

그가 내밀고 있는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형체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내 손이지만..
그 역시 무사인지라 한기를 느끼고 손을 거두어 들인다..

훗...이 자리를 떠나야지...

또 보이는 푸른 머리...
그의 형이다...
형 역시 장군...

"후..대단한 형제군.."

그가 내 쪽을 바라 본다..
뭐..뭐지...내 말이 들렸단 건가..??

"누구냐.."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
그래..그라면 지금의 나와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
내 맘을 털어 놓을 좋은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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